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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아침독서]위드 코로나를 향한 도서관 공간 디자인

[행복한아침독서]

위드 코로나를 향한 도서관 공간 디자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뉴욕(맨해튼)의 거리를 활보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어봤을 것이다. 여행의 참맛을 배낭 메고 시작한 나에게도 뉴욕은 꿈의 도시였다. 어느 날 스가야 아키코가 쓴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책으로 먼저 만난 ‘뉴욕공공도서관’은 뉴욕 맨해튼 42번가 뉴욕공공도서관의 상징인 사자상 앞에 서있는 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2년에 드디어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벌써 세 번이나 다녀오는 호사를 누렸다. 이렇게 사설이 긴 이유는 뉴욕공공도서관이 40여 년 전부터 경험했던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그리고 지금은 사서인 나에게 공공도서관 역할의 다양성과 함께 도서관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공공도서관(보스턴공공도서관)이 만들어진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시대 상황의 요구로 인해 공공도서관 역할의 시작점이 달랐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도 꾸준히 변화해왔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이 2000년 이전에는 개인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이 대표적이었다면, 2000년 이후부터는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정보센터, 평생학습센터,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도서관의 역할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다양한 역할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들의 고군분투에도 도서관의 인식은 여전히 무료 책 대여소나 공부방 또는 독서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공부방 중심의 폐쇄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도서관의 오픈플랜 구조
2004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이뤄진 해외 도서관 투어는 매년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15년 동안 8개국 24개 도시 69개 도서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도서관 공간 경험을 통해 도서관의 가치에 대해 다시 묻게 되었다. 해외 도서관 투어 이전에 국내에서 처음 맞닥뜨린 포항공대도서관(박태준 학술정보관)은 수직 수평의 완전 오픈플랜으로 중앙의 계단을 통해 모든 공간이 연결되고 오픈되는 백화점 형태의 레이아웃이었다. 이후 일본, 싱가포르, 홍콩, 핀란드, 미국 등 해외 도서관을 경험하면서 포항공대도서관의 오픈플랜이 해외 도서관에서는 일반적인 형태임을 알게 되었다.
해외 공공도서관을 경험하면서 첫 번째 충격은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이었다. 싱가포르의 ‘Woodlands Regional Library’는 포항공대도서관과 동일한 오픈플랜 구조였다. 포항공대는 대학 도서관답게 오픈된 모든 공간에서 질서 속에 질서가 엿보였으나, Woodlands Regional Library는 오픈된 공간 안에서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후 계속된 경험을 통해 공간의 다름을 보게 되었고 우리나라 도서관과 해외 도서관의 차이가 공간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은 일상생활 속에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마다 생활 속 중심지인 시민센터 또는 쇼핑센터 내에 위치해있다. 또한 싱가포르의 오차드 로드는 관광 중심지로 싱가포르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이곳의 대형 쇼핑센터 내에 공공도서관(library@orchard)이 있다는 것은 도서관의 가치를 매우 높게 인식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개인학습을 위한 공부방의 역할이 중심이라서 지역의 중심지가 아닌 외곽 조용한 곳에 위치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형 쇼핑센터 내에 위치한 공공도서관 ‘library@orchard’>

도서관 운영 시스템의 변화
싱가포르 도서관은 해외 도서관 투어 15년 동안 여섯 번을 다녀오는 행운을 통해 그 변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싱가포르 도서관 공간 분석을 위해 15개 도서관을 재방문했는데, 이전과 달리 도서관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서비스 데스크가 전문 도서관만 제외하고 모두 없어진 것이 무척 놀라웠다. 이전에도 이용자 스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셀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으나 사서가 앉아있는 서비스 데스크가 공간에서 사라진 것은 도서관 운영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도서관 서비스는 도움이 필요할 경우 직원(사서)을 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며, 호출 시스템이 없는 도서관에서는 레퍼런스 데스크 운영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직원(사서)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었다. 도서관의 각 자료실 공간과 서비스 데스크에서 면대면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국내 공공도서관과 비교하면 매우 파격적인 운영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은 2017년에 발간된 연차보고서에서 국민들이 “더 많이 읽고, 폭넓게 읽고, 함께 읽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5개년 계획인 독서운동 ‘National Reading Movement’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도서관에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독서와 학습을 장려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싱가포르는 공공도서관을 통해 지식을 살아나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여 가능성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은 혁신적인 공간으로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리모델링 주기가 30년에서 10년으로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파격적인 라이브러리 랜드스케이프
최근 싱가포르 도서관 중 가장 주목받는 ‘Bukit Panjang Public Library’는 혁신적인 공간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개방형 공간에서 가구와 조명, 그리고 가구의 배치가 뛰어난 경관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가구의 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서가와 열람 테이블 그리고 의자의 경계가 없는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 가구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열람 공간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과감히 탈피하여 둥근 서가 내부에 테이블과 의자 없이 노출 바닥을 열람공간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는 시도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싱가포르 공공도서관 대부분은 2014년을 기점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혁신적인 경관의 도서관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싱가포르 도서관 중 가장 주목받는 Bukit Panjang Public Library>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최근에 공간에 대한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신규로 건립되는 도서관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도서관 공간이 아직도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공공도서관의 공간 구성이 대부분 이용자의 연령별로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로 구분하고 있으며, 기능별로는 문화교육실, 학습실(독립 개인학습 공간), 디지털자료실, 노트북실 등으로 각각의 공간을 분리하고 분리된 공간에 서가와 열람 테이블, 의자를 배치한다. 이렇게 분리되고 단절된 공간에서는 한 가지 경험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도서관의 이용 목적이 아주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모든 공공시설 및 문화시설의 이용이 중지와 축소를 반복하고 있으며 그중에 공공도서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공공도서관 공간 구성의 특성상 거의 대부분의 공간이 밀폐되어 있어, 하루 종일 이용되는 학습실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고, 자료실 또한 밀폐된 공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또 다른 팬데믹 현상이 오더라도 공공도서관은 국민들의 일상에서 최소한의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국내 공공도서관은 2000년대 정보화사업 이후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을 통해 도서관 서비스 중 단순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셀프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도서관 환경은 오래전부터 최첨단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최소한의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밀폐된 도서관 공간이 아닌 개방형 공간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안전한 공간으로, 그리고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의 변화가 좀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영애_의정부시 도서관운영과장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1/10/01/2021100109260016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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