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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아침독서]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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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그림책 공간 7 - 곰씨네 그림책방

김주희_곰씨네 그림책방 대표


곰씨네 그림책방은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9년에 입주를 시작한 동네니까 아직까지는 ‘새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근처에는 시립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습니다. 처음 책방을 차릴 때는 집에 가는 길에 엄마 손잡고 책방에 들러 좋아하는 그림책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로 가득할 거라고 상상하며 제 마음도 잔뜩 부풀었었지요. 제가 꿈꾸던 그림이 현실에서 그려지지 않는다는 걸 책방 차리자마자 곧 알게 되긴 했지만요.


제가 책방을 차린 건 생각해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가방에는 교과서가 아닌 동화책을 넣어 가지고 다녔습니다. 청소년이 되어서는 수업 시간에도 소설책을 계속 읽었지요. 대학교 들어가면서 사회과학 서적 말고는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문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부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유아교육으로 석사를 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뒤로 꾸준히 그림책과 함께했습니다. 그림책으로 석사 논문을 쓰고, 어린이책을 쓰고, 어린이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그림책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박사 논문도 그림책으로 하는 수업을 주제로 썼습니다. 그림책으로 아이들, 엄마들과 함께 수업하면서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찾아다니는 세월을 십여 년간 보내면서 자연스레 저만의 공간에 대한 꿈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사이 살던 동네에 신도시가 생겼습니다. 신도시에 어린아이들을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이사 올 거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막 올라가는 저 건물들 어느 곳에 갓 이사 온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는 아름답고 아늑한 그림책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고.

그렇게 결심하고 난 뒤 모든 일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다니며 보아 두었던 책방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내가 꿈꾸던 모습을 그려 나갔고, 하나하나 채워 나갔지요. 책방을 차리면서 가장 신났던 건 그림책을 고르는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알던 그림책, 혹은 이름만 들었고 보지 못했던 그림책들을 넣어 목록을 만들면서 그림책들을 파는 것보다 그 그림책들을 내 책방에 가지고 있는 것에 더욱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십여 년간 그림책 강의도 하고 『그림책에게 배웠어』라는 책도 쓰면서 보고 읽었던 그림책에, 다른 책에 소개된 건 봤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림책들이 처음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책들을 모두 구비해놓는 방향으로 그림책을 고릅니다. 사실 제가 책방을 차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신간 그림책을 맘 놓고 살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신간 그림책 가운데 맘에 드는 책들이 있으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함께 들여놓는 식으로 그림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곰씨네 대표 프로그램

책방을 처음 차릴 때부터 다양한 모임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2019년에는 책방 일이 낯설고 여전히 뭔가 갖추어야 할 것도 많아 조금 일이 익숙해지면 시작하려고 했는데 바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문화사랑방’이나 ‘심야 책방’ 같은 문화사업에 선정되어 어찌어찌 2020년 한 해를 꾸려나갔더랬지요. ‘문화사랑방’에서는 곰씨네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질문을 하고 그 질문 하나를 골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지요.

2021년이 되면 정말 제대로 해봐야지 했는데 2021년에도 제대로 하기는 여전히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기가 힘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줌으로 하는 모임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2021년도에는 시사인 북클럽을 진행했습니다. 책과 온라인 강연, 그리고 줌으로 하는 책모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책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카카오톡에서 하는 ‘플러스100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림책 제목으로 글쓰기’였는데 저로선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았네요. 열심히, 다채롭게, 풍요롭게 사시는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림책 제목으로 짧은 글을 쓰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고요. 이런저런 줌 모임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하는 데 점점 한계가 느껴졌어요. 조금만 기다렸다 모일 수 있을 때 다시 하자 하고 일단 접어놓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줌으로 하기 딱 좋은 모임을 찾았습니다. 바로 줌으로 모여 희곡을 읽는 것입니다. 희곡은 평소 잘 읽지 않은 장르 가운데 하나인데 늘 세계 명작이나 고전 목록에서 빠지지 않은 장르이기도 합니다. 희곡은 역할을 정해서 읽으면 되니까 언제 말해야 할지 걱정도 긴장도 없이 읽을 수 있어 줌 모임으로 함께 읽기에 딱 좋겠다 했지요. 그래서 지난 1년간 줌으로 희곡 읽기 모임을 격월로 진행했습니다.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희곡 읽기’ 모임, 즉 ‘아모르 희곡 읽기 모임’입니다. 희곡을 함께 소리내 읽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책읽기와 참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살려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등장인물과 교감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읽기가 등장인물과 교감이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혹은 함께 책을 읽는 독자와 연결됨을 느끼는 것이라면 이만큼 그 역할과 목적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읽기가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그림책 책방이니까 그림책 모임을 안 할 수는 없겠지요. 지난달부터 시작한 그림책 모임은 신간 그림책 읽기 모임입니다. ‘새 그림책 톺아보는 모임’을 줄여 ‘새톺모’라고 합니다. 두 달 이내에 나온 그림책 가운데 함께 나누고 싶은 그림책을 고르고, 그 작가의 다른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의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꼼꼼히 톺아보는 모임입니다. 서로의 의견과 발견을 나누면서 놀라워하며 즐거워하는 시간입니다.


곰씨네 그림책방의 이런 모임을 통해 삶의 기쁨, 자극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을 공유하고, 내 생각을 돌아보고, 함께 나아갈 바를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더불어 곰씨네 그림책방이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곳에 가면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림책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설레는 그런 공간이요. 그곳에서 제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여기는 ‘곰씨네 그림책방’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2/01/01/2022010109001515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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