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행복한아침독서]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

[행복한아침독서]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

학교도서관 북큐레이션

김혜연_강화여고 사서교사

가지런히 정리된 책장에서 책 한 권이 표지의 전면을 보이며 독자를 매혹한다. 책을 고르던 손보다 빠르게 시선을 접수한 그 책을 결국 손에 든다. 이건 내가 처음 ‘북큐레이션’을 접할 때의 모습이다. 독자의 시선을 끄는, 그래서 그 책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북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내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책을 선택해서 읽어보도록 하는 추천에만 머물기엔 판매라는 목적도 함께 가진 일반 서점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서의 북큐레이션은 조금 더 심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탐구하고 지도하기 시작했다. 일명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이란 이름으로!

너는 어떤 꿈을 가졌니?
진로 교육 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자주 듣는 질문들은 “꿈이 뭐니? 무슨 일을 하고 싶니?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니?” 같은 것들이다. 이제는 유치원생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 이제 이런 질문이 지겨워보인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어른들은 왜 자꾸 이런 걸 물어보나 싶어서 힘들다고 고백하는 아이도 봤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정작 나조차도 지금에 와서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니 ‘아, 사서교사가 될 운명이었군’이라고 스토리를 만들어낼 뿐이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구나 하고 명확히 알고 자란 건 아니니까. 그래서 먼저 아이들이 자신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간부터 북큐레이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의 여정, 내 꿈이 뭐냐면요….
아이들에게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며 ‘꿈의 여정’이란 이름으로 먼저 발표했다. 나에게 따스함과 친절을 알게 해준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경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간적 흐름에 따라 PPT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소개했다.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정말 관심을 가진 분야가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진정한 북큐레이션을 위해서는 이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발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다시 점검해볼 수 있고, 친구들의 조언을 들으며 꿈에 대한 안개를 조금씩 걷어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 분야를 찾을 때 활용하는 교과서
사서교사 단독으로 주제 독서활동을 하거나 교과와 연계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과서의 목차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교과서를 하나 가지고 오도록 해서 교과서 목차를 보고 관심 있는 키워드를 잡고, 관련 자료를 탐구해보는 연습을 하면서 북큐레이션을 위한 기초 실습을 한다. 물론 내가 먼저 키워드를 골라서 키워드 선정 이유와 직접 관련된 대표 도서, 관련지어 읽어볼 만한 도서, 키워드에 대해 독자의 접근을 쉽게 도울 수 있는 그림책, 심화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도서를 정하고 각 도서마다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즉 키워드 하나에 대해 대표 도서, 연관된 도서, 그림책, 심화 도서를 기본으로 총 4권의 책을 최소한의 도서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1차 북큐레이션 실습을 아이들과 함께해본다.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
보통 15명 이내의 학생들과 북큐레이션 수업을 한다. 너무 많아도 세세하게 지도하고 조언하기엔 벅차다. 정말 간단히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책 추천하기라는 정의에만 머물러도 괜찮다면 학급이나 학년 단위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심화 독서활동이자 진로 연계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싶다면 8~10명이 최적 인원이라고 생각한다. 북큐레이션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큐레이션’에 대한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관련 도서를 먼저 읽고 개념을 설명하기도 했었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바로 「그녀의 사생활」이라는 드라마였다.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등장인물의 사례를 통해 큐레이션과 큐레이터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북큐레이션으로 연결짓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과 기초 실습까지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자신이 관심을 둔 분야와 관련해서 자료 탐구 기간을 갖는다. 보통 일주일 정도다. ‘환경’을 키워드로 삼았다면, 다양한 환경문제를 다룰지, 환경정책을 다룰지, 환경과 인간의 삶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룰지 등 범위를 설정하도록 한다.

•북큐레이션용 도서 목록 선정 : 대표 도서 1권, 참고 도서 및 심화 도서 3~4권, 그림책 1권
•작성 : 각 도서마다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추천 메시지를 써서 디자인하기.
•기획의도와 소개글 작성 : 북큐레이션 디자인과도 같은 글인데, 주제 선정 이유와 자신의 꿈에 대한 관련성, 어떤 의도로 선정한 책들인지, 전시 콘셉트는 무엇인지 등을 서술하는 짧은 글쓰기.
•전시 기획 : 준비된 도서와 픽메모(Pick Memo) 그리고 기획의도와 소개글을 중심으로 자신이 정한 콘셉트에 따라 필요한 소품을 준비한다. 전시 코너에 책과 소품을 활용해서 전시하는 것까지 모두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한다.


맞춤형 꿈의 책방과 연계하다
매년 꿈을 디자인하는 북큐레이션으로 마무리하곤 하지만, 202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맞춤형 꿈의 책방’이란 이름으로 온·오프라인 전시와 판매 그리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실제 오프라인으로 전시한 자료를 패들렛을 활용해서 온라인 전시로 연결하고, ‘꿈의 책방’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추천하는 도서 1권당 2명까지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했다. 교사와 학생 70여 명이 참여해서 꿈의 책방에서 판매하는 책을 구입했고, 150여 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독서 대화까지 참여하는 등 활발한 참여를 이끎으로써 ‘책 추천’이라는 기존의 북큐레이션을 진로 독서와 탐구,나눔과 기부까지 연결할 수 있었다.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2/02/01/2022020109004314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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