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행복한아침독서]유튜브 문화 체험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행복한아침독서]

유튜브 문화 체험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사나고, 긱블, 배카인, 고구마머리...’ 우리 반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하도 재미있다길래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 3D펜으로 검(劍) 만드는 영상을 보면서 나 역시 빠져들어 한참을 보게 되었다. 확실히 기존에 내가 알던 과학 유튜브 채널들과는 차별화된 ‘꿀잼’이 있다. 흥미로운 콘텐츠이면서 실재감도 있다. 영상 속에서는 내가 그동안 영화나 TV 속에서만 보았던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실험해본다. 교과서에는 없고, 교실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그렇지만 내가 궁금해하고 보고 싶은 것들을 실감 나게 알려준다.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뺏지 말고, 막지 말고, 함께 즐기자!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 Z세대들의 유튜브! 이제는 학생들의 유튜브 문화를 어른들도 같이 체험해보면 어떨까. 어떠한 이미지와 영상을 접하고 어떠한 언어로 소통하는지 가까이서 접하고 느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무엇을 길러주고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은 학생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 영상을 같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판적 참여 돕는 유튜브 리터러시
“유튜브의 언어를 이해하는가, 무엇을 시청할 것인가, 어떻게 표현하고 소통할 것인가.”
내가 교실 현장에서 실천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수업의 목표는 수동적 참여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좋아요’ ‘싫어요’ 아이콘으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구독을 누르는 단계에서 나아가 영상에 대한 소감을 댓글로 남기거나 SNS에 공유한다. 그리고 콘텐츠 비평과 제작까지 참여한다.

유튜브 수업의 첫 단계는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한다. 이 유튜브 채널을 누구에게 소개하고 싶은지,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생각을 나눠본다. 그중 채널 하나를 골라 영상을 각자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리고 다 같이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토의한다. 자신이 즐겨보는 영상에 대해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들어주니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교과서에 자기 생각을 적어보라고 하면 그렇게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술술 발표를 이어간다. ‘아이들이 유튜브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이런 영상을 보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최고/최악의 유튜브 채널을 꼽아보았다. 학생들이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명과 그 이유를 함께 적어보게 했다. 각자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여러 가지 유튜브 채널이 드러났다. 그리고 추천하는 이유를 기준에 맞게 분류해보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크게 재미있어서, 유익해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볼 수 있어서 등으로 드러났다. 이어 최악의 유튜브 채널명과 그 이유를 적어보았다. 아이들은 속임수, 욕설, 폭력성, 선정성을 지닌 유튜브 채널을 최악으로 꼽았다. 요즘 논란이 된 ‘뒷 광고, 주작 영상’ 등에 대해 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자 유튜브 채널 추천을 하고 친구들이 ‘재미, 유익성, 문화 다양성, 공익, 바른 언어’ 측면에서 별점을 주는 활동을 해보았다.



세 번째 단계는 유튜브의 언어과 원리를 이해하고 체험해보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 추천의 원리인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이러한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필터 버블’에 갇힐 수 있다는 내용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필터 버블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였다. 또한 청소년 혹은 교사가 선정한 유튜브 채널 목록 등을 공유하며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탐색해보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영상을 선택하여 보는 것이다. 또한 유해 콘텐츠를 직접 신고해보았다. 동영상의 ‘신고’ 탭을 클릭하고 구체적인 유형을 선택한 후, 유해 장면이 나오는 타임 스탬프와 이유까지 적어 제출을 완료했다.

네 번째 단계는 유튜브 채널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다. ‘만든 이, 내용, 형식, 이용자, 목적’의 유형에 따른 세부 질문을 통해 유튜브 채널에 대해 비평해보았다.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의 유튜브 이용 습관을 알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연습을 하였다. 먼저 유튜브 계정 화면에서 나의 ‘시청 시간’을 확인하고 공유하였다. ‘시청 시간’ 화면을 캡처하여 패들렛에 공유하면서 한 줄 소감도 적도록 했다. 하루 평균 2시간 정도였는데, 4~6시간씩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기능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학생들이 많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시청에 대해 반성하는 글을 남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또한 유튜브 ‘자동재생 사용 안 하기’ ‘유익한 채널 구독하기’ ‘보관함에 영상을 저장하여 나만의 재생목록 만들기’도 해보았다.

이미 많은 언론과 교육 관계자들이 초등학생의 과도한 유튜브 시청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이제 비판보다는 실천할 때이다. 어른들도 끊지 못하는 유튜브인데, 아이들에게 단순히 시청 시간을 제한하면서 막는 것으로는 대안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하는 첫걸음은 학생들의 유튜브 문화를 이해하고 같이 체험하면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진짜 삶으로부터 교육이 출발할 수 있다. 



/ 송예은_강원 영월초 교사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1/07/01/202107011033001422.html

댓글 0건
작은도서관 회원 및 SNS계정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자 / 14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