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그림책으로만난오감놀이]다리미 자국으로 문제 해결하기

[그림책으로만난오감놀이]

다리미 자국으로 문제 해결하기


『문제가 생겼어요!』(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 논장)는 다리미 자국이 로켓, 세제 통, 부엉이 등 여러 가지로 바뀌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의 문제 해결 방법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예전에는 책을 읽기 전 아이들에게 앞표지를 손바닥으로 매만지게 했다. 촉각으로 책을 탐색하는 것인데, 살짝 눌린 느낌을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언제부터인지 앞표지의 눌린 자국이 있는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른들은 다리미 자국임을 금방 알지만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 가정에서 스팀다리미를 사용하는데다 다림질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일 것이다.
앞표지를 탐색했다면 제목을 소리 내어 읽도록 한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겨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으로 읽는다. 제목을 읽은 뒤에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가 수를 놓으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를 꺼내 다림질을 하다가 잠깐 딴생각을 했는데 아뿔싸 다리미 자국이 생기고 말았다. 엄마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식탁보에 다리미 자국을 남기고 말았으니 마치 로켓이 추락한 듯한 큰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인터넷에서 방법을 찾고,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감당할 수 없어 세상 끝으로 도망가 버릴까 생각한다. 아이는 엄마에게 식탁보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고민하는 것이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아이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한다. 그러자 마음이 환하게 밝아온다. 혼나는 게 겁났을 터이지만, 이해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리라.
초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아이가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고 했다. 빨면 다리미 자국이 지워진다고 생각하나 싶었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식탁보가 갈기갈기 찢어져서 탈수를 하면 다 빠져나갈 때까지 돌릴 거예요. 그러면 내가 한 줄 모르잖아요.”
아이의 대답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옆에 앉은 아이가 한마디 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할 거예요. 우리 엄마는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잘못을 감추려고 거짓말하는 게 더 나쁘다고 했어요. 우리 엄마는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줘요.”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엄마도 그러는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세탁기를 운운했던 아이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진짜? 너희 엄마도?”
이 수업을 하면서 비로소 그 아이가 평소에 왜 그렇게 징징거리며 말하는지, 한번 들어주면 중구난방으로 끝없이 이야기하는지, 왜 늘 입에 사탕을 물고 다니는지, 매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알 것 같았다. 야단만 들었지 이해받은 경험이 없었기에 아이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하는 것이었을 테고, 그때마다 숨기거나 모르는 척 시치미 떼 위기를 모면했을 것이다.
그 수업을 계기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쁜 얼룩이라며 오히려 다리미 자국을 하나 더 만들어 물고기를 수놓아 아이에게 추억을 선물한 엄마를 보면 주인공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 수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해 부모가 예민하고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게 된다. 자식이 그런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아이의 문제 해결 방법을 기르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긍정적 태도와 이해가 중요하다. 책 속의 엄마가 다리미 자국을 보고 “어머, 정말 예쁜 얼룩이구나!” 하며 실수를 감싸주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았듯이.


<책놀이 활동1.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야기 나누기>
“엄마는 곧 오실 거예요.”
여기까지 읽고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나눈다. 똑같은 질문을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하는데 반응이 아주 다르다. 부모님들은 망설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하는 반면에 아이들은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가 한참 뒤에야 솔직하게 말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부모님들은 대체로 이 문제를 내 아이의 문제로 인식해 솔직하게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답을 하지만, 아이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문제로 여겨 어떻게 할지 고민 끝에 말한다.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나무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단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고, 대답을 기다려주면 된다. 당장 대답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책놀이 활동2. 다리미 자국으로>
재료 : A4 색지(액자용), B5 종이, 다리미 자국 그림, 색연필, 가위, 풀
활동 방법
① 책의 다리미 자국을 조그맣게 그리고 색칠한 뒤 오린다.
② B5 종이에 다리미 자국을 붙인다.
③ 다리미 자국을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색연필을 이용해 표현한다.
④ ③을 A4 색지에 붙인다. 도일리 페이퍼에 다리미 자국을 붙이고 색연필을 이용해 표현해도 좋다.
⑤ 완성한 작품을 소개하고 소감을 이야기한다.


※이 활동에서 다리미 자국은 단순히 모양 완성 놀이를 하는 수단이 아니라, 내 앞에 놓인 문제 상황이 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출처 : 남혜란_한국그림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신개념 독서교육 그림책놀이』 저자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9/10/01/2019100110320015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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