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공감의 교과 협력 독서토론] 필사와 낭독으로 함께한 시와의 만남

공감의 교과 협력 독서토론

필사와 낭독으로 함께한  시와의 만남


예전에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시 한 편을 적어 넣는 것은 속된 말로 ‘국룰’이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코웃음을 쳤다. 손편지도 유물 같이 느껴지는 요즘 아이들의 고백은 SNS 메시지처럼 직접적이고 빠르다 보니, 시집을 뒤적여 시 한 편을 고르고 고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시험 문제지에 인쇄된 시는 수많은 밑줄에 기호가 붙어 있다. 시험지 속 시는 감상보다는 정답을 위한 해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성적을 위해 시를 암기하듯이 학습할 수밖에 없고 시를 읽는 재미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상쇄하고자 기획한 ‘가슴을 울리는 시’라는 수업 주제를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 줘야 효과적일까? 시를 잊은 우리에게 필요한 교과 연계 토론을 준비해 보았다. 국어선생님과 함께한 이번 토론은 낭송과 필사 그리고 감상 중심의 활동으로 꾸렸다. 


'북콘서트' 시 필사 프로그램 꾸리기


첫째, 전교생 대상 독서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

학교에서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할 때, 전교생 대상과 지원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계획한다. 지원자 중심의 프로그램은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기에 프로그램 운영의 과정과 결과가 대부분 우수하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을 경험하고 독서 흥미를 조금이라도 더 북돋기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부터 학생들의 밀집을 최소화해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둘째, '시 필사와 엽서 쓰기' 운영 안내

본교는 2021학년도 1학기에 전교생 대상의 독서프로그램을 창체 시간에 하기로 계획해 두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2학기로 옮겨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2학기에는 교과 연계 독서토론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결국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운영하였다. 시 읽기에 관심이 떨어지고,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시 필사·엽서 쓰기’ 프로그램을 전교생 대상으로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 운영을 계기로, 2학기 교과 연계 독서토론도 국어과와 함께할 수 있었다. 시 필사와 엽서 쓰기 독서프로그램은 창체 2시간 동안 운영되었다. 1부는 프로그램 안내와 시 낭송 장면을 담은 동영상 시청을, 2부는 시 필사와 엽서쓰기 체험 활동으로 운영되었다. 굵직하게 네 부분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의 순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들어가기  비대면 독서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활동 안내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몇 해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김은숙 극본)에 인용되었던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 나오는 장면을 담아,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함축한 시의 역할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의의와 순서 안내를 이어 갔다.  


들어보기  사전에 추천을 받아 시 낭송 대표자(교사 2명, 학생 3명)들이 자신이 추천하는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시 낭송 영상을 듣고, 학생들은 자신이 필사할 시를 고른다. 만년필 사용방법이 어려울 수 있어서 영상 후반에 만년필 사용방법을 함께 넣었다. 


체험하기  낭송을 듣고, 5편의 시 중 마음에 드는 한 편을 골라 만년필로 필사를 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제작된 엽서(해당 도서의 표지를 사용하는 경우 출판사에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함)와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활동지에 충분히 만년필 연습을 한 후 엽서 한쪽 면에는 필사를, 다른 한쪽 면에는 시를 선물하고 싶은 가족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안내했다. 


공유하기  필사할 시를 고르는 기준은 ‘나의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였다. 엽서 한쪽 면에는 이 시를 추천하는 이유를 담은 편지를 써서, 가족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엽서 봉투에는 엽서를 받은 소감,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설문 양식을 QR코드로 만들어 인쇄했다. 학부모의 다양한 감상과 느낌을 답장으로 받을 수 있었다. 우수 필사 작품과 응답을 보낸 학부모에게는 이 프로그램에서 활용한 시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시를 읽고 쓰는 체험을 통해 스스로 시를 익히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낭송·필사 등 학생 스스로가 참여한 활동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발견하면 의미 있는 삶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교과 연계 독서토론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시를 읽고 쓰는 독서토론 경험 만들기


첫째, 국어선생님과 독서토론 계획하기

시 필사와 엽서 쓰기 프로그램을 열자 교내 선생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중 낭송에 참여해 주신 국어선생님께서 흔쾌히 교과 연계 독서토론 참여 의사를 밝혀 주셨다. 


둘째, 대상 및 운영 방식 정하기

2학년 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낭송의 특성을 살려 대면으로 운영하고자 스탠드와 배경 음향기기 등 낭송 환경을 마련했지만, 안전을 고려하여 온라인으로 방향을 정했다. 문학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 토론 문항을 정하여 발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시를 읽는 시간에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활동지 없이 미리 나누어 준 시집과 자신이 낭송할 시 한 편만을 골라 오기로 했다. 


셋째, 책 선정하기

시인 한 사람이 쓴 시집을 나누어 읽어 보는 방법, 교과서에 실린 시선집 혹은 시인이 아닌 친숙한 대상(할머니, 청소년 등)이 쓴 시를 살펴보는 방법 등 다양한 시집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이번 독서토론은 낭송뿐 아니라, 필사 활동 또한 중요했기에 필사가 가능한 시집으로 선택했다. 김용택 시인이 필사를 추천하는 시를 담아 펴낸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주제도서로 정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시가 담겨 있고, 책을 펼칠 때마다 시를 담은 페이지 옆에 필사할 페이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이 시집은 1학기 독서프로그램(시 필사와 엽서 쓰기)에 한 번 소개된 적이 있기에 학생들에게 나름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  


넷째, 역할 나누기 

필사와 낭송이 토론의 중심이었던 만큼 국어교사와 사서교사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지는 않았다. 필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 나누기를 사서교사가 맡고, 낭송에서 선택한 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국어교사가 이끌기로 했다. 다만, 교사 또한 참여자 중 한 명으로서 아이들의 감상에 귀 기울이는 것에 중점을 더욱 두었다. 교사 간 역할과 독서토론 운영 순서는 다음과 같다.



다섯째, 필사와 낭송 그리고 마음속 이야기 나누기

꽃 한 송이도 보는 사람에 따라 꽃의 모양, 색깔, 특징이 모두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시를 읽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10여 명의 아이 중 필사할 시와 낭송할 시가 겹치는 아이가 없어 놀라웠다. 시 낭송에 앞서, 마음을 가볍게 풀기 위한 장치로 필사를 함께했다. 복잡한 마음을, 아름다운 글귀를, 재치 있는 상황을 이유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시 한 편을 골라 정성스레 글자를 옮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필사한 시를 화면에 비추고, 시를 선택한 이유도 함께 말하며 아이들은 시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후 본격적인 낭송 순서를 정하고 한 명씩 낭송을 이어 갔다. 낭송하는 아이, 경청하는 아이 모두 잔잔한 배경 음악 속에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쩌면」(댄 조지)을 낭송하던 학생이 시에서 인상 깊은 구절과 자신의 감정을 연결하던 중 울컥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상처 난 마음을 시로 치유 받는 과정, 시인과 교감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구절을 작게 읽어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막」(오르텅스 블루) 낭송을 할 때는 아이들의 다양한 감상과 해석이 쏟아졌다. 네 줄의 짧은 시 안에서 많은 생각이 이어졌다.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으로 걸었다”라는 구절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상처와 힘든 마음을 치유 받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발이 묶이는 것은 사막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행위”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 낭송을 위해 조명을 켜 둔 공간의 모습

「백 년」(이병률)을 낭송하며 오롯이 상대를 위하는 미래의 사랑을 다짐하기도,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나짐 히크메트)을 읽고 사회적 연대의 힘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낭송이 이어질수록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덧붙여 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앞선 필사와 뒤이은 낭송이 아이들 내면의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국어교사와 사서교사는 토론을 이끌기보다는 참여자로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작은 의견을 보탰다. 흐름이 끊어지거나 길어지는 순간만 조율했을 뿐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여섯째, 내 안의 감정을 펼치면 시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나누기

“이번 토론활동을 통해 제 안에 쌓여 있던 많은 감정이 해소된 것 같았어요. 시를 읽고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여러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와 비슷한, 감성이 풍부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행복했습니다.”

한 학생의 후기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들어왔다. 시를 통해 행복했다는 소감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낭송에 참여한 교사에게 큰 감동이었다. 함께한 시간에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교감한 것은 비단 학생만이 아닐 것이다.


생각을 펼치는 교과 연계 독서토론을 마무리하며


생활기록부에 쓸 활동 내용을 정리하며, 참여한 아이들의 활동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SNS 메시지로 보내 준 후기도 꼼꼼히 살폈다. 첫 토론에서는 자기 생각을, 감상을 길게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던 아이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 기회에도 토론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다수의 후기에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렸음을 확인할 수 있어 뿌듯했다. 어색함에 계획서만 만지작거리던 사서교사의 제안을 흔쾌히 들어주었던 (비)교과교사들의 따뜻한 손길이 떠올랐다. 방과 후에 시간을 내어 책을 선정하고, 토론방식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독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함께 애썼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다음해에는 더 잘 다듬고, 보태어 좋은 프로그램으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한 번의 독서 경험이라도, 그 경험 속에 뿌듯하고 즐거움을 느꼈다면 아이들은 자발적인 독서가가 될 수 있다. ‘교과 연계 독서토론’은 학생, 교사 모두에게 독서를 통한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주었다. 한 학생의 말처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해 꾸준한 독서와 교과의 연대를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학교도서관저널,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http://slj.co.kr/bbs/board.php?bo_table=education&wr_id=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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