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행복한아침독서] 얇은 시집이 두껍게 읽히는 독서 프로그램

행복한아침독서

얇은 시집이 두껍게 읽히는 독서 프로그램


평소보다 일찍 마치는 수요일 오후의 학교도서관, 우리 학교 독서 아카데미 프로그램인 ‘사계절 독서단’ 3기를 신청한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잘 보이는 테이블 위에 책들이 밥상처럼 차려져 있다. 봉투 겉면에 시구절이 메모처럼 붙어있다. 짧은 시구절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고른다. 봉투를 열어 자신이 고른 책을 확인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설렘이 스쳐간다. 같은 시집을 고른 친구들끼리 한 모둠이 되어 책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기에 누구와 같은 모둠인지 결정되는 시간이다.

봉투 속에는 『이육사를 읽다』 『김소월을 읽다』 『김수영을 읽다』 『백석을 읽다』 『윤동주를 읽다』 중 한 권이 들어있다. 시구절은 시인의 시 중에서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같은 시인이라도 시구절은 각기 다르다. 이렇게 책을 고르는 활동이 오리엔테이션에 해당한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시집과 함께 배부하는 것이 있다. 한 쪽짜리 활동지이다. 활동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시인의 생애, 시 작품 감상,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이다. 활동지 작성하는 방법까지 간단히 안내하면 20여 분 남짓의 오리엔테이션은 마무리된다. 토론일까지는 약 한 달간의 여유가 있다. 그 사이에 틈틈이 책을 읽으면 된다.


시집 선정과 읽기 활동 돕기

선정한 다섯 권의 시집에는 시와 함께 작품 설명이 있고, 시인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시를 어려워하는 중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시집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학생들은 대체로 시집이 잘 읽힌다고 했다. 일단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김수영과 백석은 조금 어렵다고 말하는

1학년 학생들이 있었다. 보충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했다.

패들렛을 활용하여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윤동주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방영한 부분을 공유하고, 백석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육사는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시인에 대해 다룬 동영상을 가져왔다.

10월의 기나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학생들에게 핸드폰 문자와 종이로 활동에 대해 재안내했다. 활동지를 작성해서 사진을 찍어 패들렛에 올리고 책을 챙겨오도록 했다. 패들렛은 자료 공유를 위해서였고, 책을 읽고 활동지만 적어와도 괜찮았다. 활동지 작성 항목이 간단해서 토론 당일에 급히 작성하는 학생도 있었다. 지정 도서가 시집이고 활동지 작성 항목이 간단해서 크게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시와 시인이 중심이 되는 책 이야기 활동

드디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수요일 오후, 시인별로 구성된 테이블의 표시를 보고 학생들은 자리에 앉는다. 1학년에서 3학년까지 학년도 반도 섞여있어서 살짝은 낯선 느낌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자기소개를 한 후 활동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한다. 시인의 일생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이야기는 무엇인지, 작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시는 어떤 시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구절인지 낭독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의 생각이 얼기설기 오가며 모둠별 활동이 이어진다. 오롯이 학생들끼리 책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활동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활동의 마지막에는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은 질문을 꺼내어 놓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도록 했다. 모둠에서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두 가지로 추려서 자석 보드에 적어 칠판에 붙여보았다.

나와 다르기에 더욱 풍성해지는 시간

모둠별로 나와서 좋았던 질문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활동 소감을 발표했다. 김수영, 백석 모둠도 걱정과는 달리 이야기를 밀도 있게 나눈 것으로 보였다.

김수영 모둠에서는 이런 질문을 공유했다. “김수영이 4·19혁명이나 5·16군사정변을 겪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김수영이 「사랑의 변주곡」이라는 시를 쓸 때,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썼을까?” 생각보다 질문이 좋아서 놀랐다. 백석 모둠에서는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실연의 아픔을 겪었을 때 어떤 시를 적었을까?” “해방이 되었지만 또다시 분단의 아픔을 겪는다면 어떤 마음일까?”라는 질문이 눈에 띈다.

소감을 발표하는 학생들의 표정 속에 뿌듯함이 엿보였다. “시와 친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인과 시 두 가지 모두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나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시를 읽고 나만의 답을 만들어볼 수 있어서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유심히 귀 기울여 듣다가 모둠의 발표가 끝나면 박수로 뜨겁게 호응해 주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여행 자료

이육사 모둠의 학생 일곱 명에게는 특별한 부탁을 했다. 원래 계획은 모둠별로 시인에 대한 리플렛을 만들어보는 팀 프로젝트가 있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가 탐방할 지역의 시인인 이육사 모둠원들에게 리플렛 제작을 요청했다. 독서 여행 때 전체 학생에게 나누어줄 용도로 말이다. 다행히 학생들이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미리캔버스의 3단 리플렛 구성을 활용하여 시인의 삶, 작품 세계, 대표작, 이육사 문학관 안내 등으로 내용을 채워나갔다. 독서 여행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서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작업했다.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디자인 감각이 좋았다. 세 종류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리플렛이 여행 하루 전 완성되었다.


시인의 고장, 안동으로 여행을 떠나다

독서 여행의 첫 번째 장소는 이육사문학관이다. 이육사문학관은 아름다운 강변을 앞에 두고 세워져 있었다. 영상관에서 준비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였는데, 이육사의 생애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과 감격이 밀려왔다. 영상이 끝나자 학생과 교사 모두가 뜨겁게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육사의 시 「절정」과 같이 그동안 시를 공부해 온 것이 영상을 보면서 응집되어 표출되는 듯했다.

문학관의 지하에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감옥을 재현한 모형 감옥이 있었다. 이육사 시인이 짧은 인생 가운데 여러 번 투옥된 사실을 기리기 위함인 듯했다. 모형 감옥은 학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민족시인의 삶이 애절하게 마음에 담기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시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이육사 시인에 대해서는 어떤 모양으로든 마음에 흔적이 새겨진 듯하다. 읽고, 말하고, 쓰고, 함께 걸으면서 읽은 시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었기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3/11/01/2023110109003914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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