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모두를 위한 코딩, 모두를 위한 도서관

이 기사는 국립중앙도서관 웹진기사 "모두를위한코딩, 모두를 위한도서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코딩, 모두를 위한 도서관


1. 코딩교육이란 무엇인가?

요즘 주변에서 “코딩교육”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듣게 됩니다. 2018년부터 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기사와 코딩 관련 각종 프로그램, 도서, 학원 등도 쉽게 보게 됩니다. 과연, 코딩교육이 어떤 것이길래 이렇게 회자되는 것일까요?

기계가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계의 언어로 말을 거는 작업을 코딩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이 떠올리는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은 우리가 잘 배우지 못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가득한 화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코딩교육에 활용되는 프로그램들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게임이나 놀이의 형식을 빌렸습니다. 기계의 언어를 기계의 논리로 작성하는 단계 이전에, 알고리즘이나 연산의 원리를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드래그 앤드 드롭(drag-and-drop, drag & drop, 마우스를 활용하여 끌고 이동하여 선택하는 방법)’ 방식으로 쉽게 코딩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기계의 ‘말’, ‘언어’를 배우는 것 이전에 컴퓨터가 생각하는 방식과 컴퓨터가 일을 진행하는 논리, 즉 컴퓨팅적 사고를 배우자는 것입니다.

(그림 1. 스크래치의 원리를 설명하는 튜토리얼의 첫 화면. (그림 2. 기존 프로그래밍 방법.
출처: https://scratch.mit.edu/projects/editor/?tip_bar=home) 출처: 플리커 https://flic.kr/p/bHuA74)

코딩교육이 진행되는 실제 예를 살펴볼까요?

위에서 보여드린 <그림 1>은 MIT 미디어랩에서 2006년 개발한 스크래치(Scratch) 라는 프로그램입니다. 고양이 모양의 오브젝트가 움직이는 모습을 블록처럼 쌓아 ‘동작’하는 프로그램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파란 블록들 사이사이 이용자가 원하는 색상이나 소리도 해당 블록을 추가할 수도 있어 동작, 색상, 소리가 있는 동영상을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스크래치와 같이 코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코드닷오아르지(code.org)가 만든 ‘코드닷오아르지' 웹사이트와 국내에서 제작된 '엔트리(entry)' 라는 교육 도구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2. 도서관에서 코딩교육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도서관은 정보를 수집, 조직, 배포하는 일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그 정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Literacy(리터러시 또는 문해력)를 배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을 둘러싼 정보기술 환경은 너무나 급속하게 발전하고, 이용자들의 삶은 매우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이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리터러시를 교육•장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리터러시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볼까요? Computer Literacy, Cultural Literacy, Digital Literacy, Financial Literacy, Information Literacy, Media Literacy, Multicultural Literacy, Political Literacy, Technology Literacy, Visual Literacy 등. 참으로 다양한 리터러시가 있습니다. 나열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도서관이 다루고 있는 리터러시는 글을 식별하고 자료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4차 산업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읽기•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역량까지 범위가 확대되어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국내외 많은 도서관에서 코딩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래사회에서 코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번 들으셨겠지요. 하지만 도서관에서 굳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는 코딩교육까지 담당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우시다고요? 그럼 해외 도서관계에서 언급되고 있는 도서관의 역할과 코딩교육을 연결 지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2.1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의 한 부분으로서의 코딩교육

디지털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학습하고, 일할 수 있는 역량을 디지털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이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면서, 디지털 기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즉 코딩은 ‘미래의 언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뜻은, 기계와 제품이 지능적으로 학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의 언어인 코딩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은 디지털 문맹자들에게 리터러시를 깨우치게 하는 역할을 위해 코딩이라는 새로운 활자 교육을 제공합니다.

2.2 전환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을 위한 코딩교육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한 개인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전환학습이라고 번역되는 Transformative Learning은 개인이 지닌 준거틀(a frame of reference)이 점점 포괄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준거틀이 확장한다는 것은, 한 개인이 지니고 있는 지식적 영역의 변화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모든 영역, 즉 사회언어, 심리, 도덕-윤리, 철학, 미학 영역 등이 총체적으로 확장한다는 의미입니다. 풀어 이야기하면, 코딩이라는 언어에 대한 지식 습득이 개인의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서관의 코딩교육은 단순한 언어능력 개발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내실성장과 외연 확대를 위한 전환학습 도구로 활용됩니다.

2.3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교육을 위한 Out-reach 코딩 프로그램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STEM 분야의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여전히 대학입시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이공계 분야에 대한 관심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에 따라 자녀의 학력 수준이 달라지는 교육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지요. 도서관에서의 코딩교육은 저소득층, 다문화가족, 노인층, 장애인 등 STEM 교육에서 더욱 소외된 계층에게 배움의 기회를 선사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3. 국내외 도서관의 코딩교육 사례
그럼, 실제로 도서관에서 코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우선 발 빠르게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해외 사례를 먼저 소개합니다.

3.1 미국 퀸즈도서관 사례
2016년 여름방학. 뉴욕시 퀸즈도서관(Queens Library)의 26개 모든 분관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무료 코딩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퀸즈도서관은 구글(Google)에서 제공하는 ‘Computer Science First’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게임개발과 애니메이션 제작 등 7개의 코딩수업을 제공하였습니다. (퀸즈도서관 코딩교육 기사 보기)

(그림 3. Google CS First 홍보 사진. 출처: 퀸즈도서관 홈페이지 http://connect.queenslibrary.org/1078)

3.2 영국 크로이던도서관 사례
2015년 겨울. 영국 런던 남쪽의 크로이던도서관(Croydon Library)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노트북이나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라는 작은 컴퓨터로 스크래치(Scratch) 프로그램을 이용한 코딩을 배우고 있습니다. 크로이던도서관은 2014~2015년간 50회가 넘는 ‘코드 클럽(Code Club)’이라는 코딩 교실이 개최했으며 매 교실에는 15명과 20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코드 클럽은 9-11세 어린이들에게 코딩교육을 제공합니다. 코드 클럽은 도서관을 비롯한 학교, 사회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코딩 교육을 전파하고 있으며, 올 3월 한국에도 도입된다고 합니다.


(그림 4. 현재 영국에서 진행 중인 코드 클럽의 분포, 50개의 프로젝트, 참여 중인 학생 수를 나타내는 그림. 출처: 코드클럽 홈페이지https://www.codeclub.org.uk/)


3.3 핀란드 코드위크 사례

2015년 11월 핀란드 ‘미켈리 응용과학대학(Mikkeli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에서 이틀간 진행된 ‘미켈리 코드위크(Mikkeli Codeweek)’ 행사에서는 10명의 자원봉사자와 30~40명가량의 학생들이 코딩, 3D 프린팅을 자체제작 키트로 경험하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행사의 공동주최 단체에 ‘핀란드 국립도서관(The National Library of Finland - Centre for Preservation and Digitisation)’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IT 강국인 핀란드에서는 코딩학교(koodikerho, 코디콜루)가 2014년부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4~8세 아이들에게 무료로 코딩교육을 제공하는데요. 2014년에 이미 200여 개가 넘는 코딩학교가 생겼다고 합니다. 핀란드의 방과 후 교실, 학교도서관, 공공도서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코딩학교와 코딩클럽을 운영 중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시행되고 있는 코딩교육은 위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다른 나라의 도서관에서만 제공되고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코딩교육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소프트웨어 교과가 의무화되면서 현재 도서관에서는 독서교육, 인문학이나 과학교육처럼 코딩교육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창의력, 논리력, 문제 해결력 증진에 도움을 주고, 관련 진로로 관심 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 이용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참여도를 높일 수도 있고, 성인을 위한 코딩 프로그램은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이 됩니다.

2016년 가을, 전국 18개의 도서관에서는 ‘10월, 소프트웨어에 물들다(약칭: 소물)’라는 프로젝트가 개최되었으며, 국립중앙도서관과 더불어 은평구립도서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대구북부도서관 등의 공공도서관과 다수의 작은 도서관에서도 코딩교육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3.4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코딩교육 사례

2016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의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는 스크래치 기초를 배운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상급자 코스인 비트브릭(bitBrick) 수업으로 연계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2015년 12월 ‘두근두근 코딩 공작교실’을 13명의 초등학생과 함께 시작하였습니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꾸준하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컴퓨팅적 사고와 지능적인 사고에 따라 수준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림 5. 3컷 사진. 이진아기념도서관 두근두근 코딩 공작교실 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3.5 동대문구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코딩교육 사례

"코딩 특강은 하루 만에 마감되었습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2017년 동대문구 구민 아카데미’ 코딩 특강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학생들(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을 대상으로 총 9회 진행되었으며, 접수는 하루 만에 마감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컴퓨터 언어에 대해 궁금한 학부모와 코딩을 통해 컴퓨팅적 사고를 하고 싶은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코딩 관련 교육에 대한 관심은 상반기 프로그램이 마감된 후에도 계속 이어져 도서관은 하반기에도 코딩 강좌를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림 6. 2컷 사진.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코딩교육 출처: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3.6 은평구 은평구립도서관 코딩교육 사례

2017년 겨울방학에 시작된 은평구립도서관의 ‘창의 코딩교육’은 많은 이용자의 관심 속에 이루어졌습니다. 20명이 정원인 학부모 특강에는 2배가 넘는 50여 명의 학부모 회원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업에서는 컴퓨팅 사고 이해하기, 컴퓨터에 말을 걸고 일 시키기, 놀이로 배우는 알고리즘, 생활 속 알고리즘 찾고 이야기해보기 등의 내용으로 총 4회로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추가 교실에 대한 요청이 계속 있습니다.


4. 코딩교육과 도서관의 미래

지금까지 이야기 나눈 것처럼, 도서관에서의 코딩교육은 디지털 리터러시의 확산을 위해, 시민 개개인의 전환학습 도구로서, 특히 이공계 교육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으로 이미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딩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도서관은 더 새로운 서비스 목표를 가지고 코딩교육을 확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딩교육을 국내에서 적용할 때, 도서관은 국내의 독특한 상황에 맞춰 현지화하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 대상 코딩교육이 또 다른 사교육으로, 암기 위주의 프로그램 제공이 되지 않도록 지속해서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의 도서관이 새로운 시대의 글을 교육하는 기관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Code.org에 소개되어 있는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의견을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Learning to write programs stretches your mind, and helps you think better,
creates a way of thinking about things that I think is helpful in all domains.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법을 배우면 생각이 확대되고, 더 잘 생각하는 방법을 깨치게 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글_강지혜(동덕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편집_지선, 최연수

참고 웹사이트
- 스크래치(Scratch). https://scratch.mit.edu/
- 엔트리(entry). https://playentry.org/#!/
- 코드닷오아르지(code.org). http://code.org
- 코드클럽. https://www.codeclub.org.uk/
- 퀸즈도서관. http://connect.queenslibrary.org/1078
- 플리커. https://flic.kr/p/bHuA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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