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행복한아침독서]꾸준히 한 문장씩 만드는 이야기 지도

[행복한아침독서]

꾸준히 한 문장씩 만드는 이야기 지도

읽는다는 건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작품을 함께 읽고 개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 아이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 책을 읽는 중에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의미를 만들려면 먼저 책을 잘 읽어야 합니다. 책을 어떻게 잘 읽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방법
긴 이야기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는 첫 시간은 중요한 순간입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앞뒤를 살펴보고, 등장인물은 누구인지, 언제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를 교사가 생생하게 소개해줍니다.

첼(Jeanne S.Chall)을 비롯해 많은 언어학자들이 연구한 읽기 발달단계를 살펴보면 초등 단계까지는 듣기 이해가 읽기 이해보다 앞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을 풀이하면 아이들은 이야기 읽기보다 듣기에 더 익숙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처음 작품을 대할 때 ‘글자를 읽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주인공과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2차시 정도는 꼭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직접 읽어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이 들려주던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기 시작합니다. 읽기의 주도권이 조금씩 교사에서 학생으로 옮겨갑니다. 함께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역할과 부분을 나누어 읽기도 합니다. 저는 ‘읽기 천사’ 제도를 운영합니다. 미리 수업에서 함께 읽을 부분을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역할을 주는 거죠. 인물을 맡아서 읽을 천사, 설명글을 맡아서 읽을 천사를 직접 아이들이 지원해서 선택합니다. 읽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쉽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안내합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교사는 누가 어떤 역할을 읽었는지를 기록합니다. 이번 시간에 읽지 못한 아이는 다음 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의 읽기 수준도 파악할 수 있고 빠지는 아이 없이 모두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말해요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요? 수업의 성격에 따라서 다양한 질문과 활동들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한 문장으로 말해요’는 제가 아이들과 꾸준히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읽은 부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건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성공적인 읽기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인물과 일어난 일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일어난 일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을 투표를 통해 선정합니다. 공동의 사고로 중요한 문장들을 선별하고 나면 함께 읽은 부분을 한 문장으로 쉽게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4학년 아이들과 임지형 작가의 『방과 후 초능력 클럽』을 꾸준히 읽고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이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작품을 열두 개의 문장으로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이야기 지도’를 완성할 시간이 왔습니다.



먼저 정리했던 문장들에 번호를 붙이고 한 문장씩 포스트잇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모둠 친구들과 함께 각 문장이 나타내는 사건들을 작품의 중요도나 흥미도에 따라서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게 안내했습니다. 흥미도를 기준으로 그래프를 그릴 때에는 ‘잔잔함, 보통, 흥미진진, 오예!’ 이렇게 네 단계로 척도를 나누어 사건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토론하며 각 사건들을 그래프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 지도가 완성됩니다. 이야기 지도를 완성하면 아이들과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친구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로 존중하며 타협점을 찾아갈 기회를 갖게 됩니다. 다른 모둠의 그래프를 살펴보며 다양한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아이들이 주어진 작품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한 번 읽은 작품을 친구들과 돌아보며 마치 자신에게 있었던 일처럼 책 속 사건들을 추억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야기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을 돌아보는 감정 그래프를 그려볼 수도 있고, 인상 깊은 장면을 몸짓으로 나타내는 교육연극 활동으로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읽고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함께 즐겁게 읽는 것’에 중심을!
보통 우리는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그 순간을 즐겁게 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노래하고 놀이하며 연극하고 함께 생각을 나누어보는 것,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진짜 이야기이며 제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무엇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책 읽는 순간을 누리기 위해 책을 읽는 건강한 독자로 아이들이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출처 :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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