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북큐레이션, 주제가 있는 책읽기] 북큐레이션, 서가 사이에 숨어있는 보석 찾기

북큐레이션, 주제가 있는 책읽기

북큐레이션, 서가 사이에 숨어있는 보석 찾기


구혜진 순천 매안초 사서교사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3월 ‘2021년 출판통계’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 년 동안 출판된 신간 발행 종수는 총 6만4,657종이며 신간 발행 부수는 총 7천994만8,185권에 이른다. 이렇듯 우리는 한 해에만 어마어마한 양의 새 책이 쏟아져나오는 출판물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 서가에도 정말 많은 책이 꽂혀있다. 학생들에게 추천해줄 책을 고르기 위해, 반납한 책들을 제자리에 정리하기 위해 서가를 자주 마주한다. 순간순간 책꽂이 사이에서 그동안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좋은 책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도서관에 이 책이 있었는데 여태 몰랐네. 아이들에게 얼른 소개해주고 읽어도 줘야지’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마주하는 사서교사의 입장에서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책꽂이 사이사이 수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하고 알맞은 책이 어떤 것인지 찾기 어려워, 정말 좋은 책임에도 아이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사방이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 서가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책들을 골라내어, 학생들의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제안하고 안내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북큐레이션은 북과 큐레이션의 합성어이다. 특정한 주제에 맞춰 책을 선별하고 전시하여 읽어보기를 권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도서관 책꽂이 사이에 숨겨진 좋은 책들을 찾아내, 이용자들에게 안내해주는 과정이다. 단순히 책을 추천하는 것만이 아니라,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과정이며 이 때문에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본교에서는 크게 네 가지 테마의 북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매월 월별로 주제를 정해서 주제에 맞는 책을 소개하는 ‘이달의 북큐레이션’, 도서부 학생들과 함께하는 ‘도서누리 친구들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이달의 추천작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연계한 북큐레이션 등이다. 네 가지 테마별로 운영한 북큐레이션 방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이달의 북큐레이션


‘이달의 북큐레이션’은 월별로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에 어울리는 책을 고르고 전시하여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코너이다.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우선 생각나는 키워드를 최대한 브레인스토밍한다. 월별 주요 계기 교육, 국경일이나 명절이 있는지, 계절, 날씨, 음식, 사회적 이슈, 최신 트렌드 등 최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메모하는 식이다. 이때 일 년간의 주제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메모한 주제들을 월별로 배치하여 미리 일 년 치 주제를 정한다. 북큐레이션을 진행하는 도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주제가 생겨 변경할 수도 있지만, 미리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두면 일 년간 체계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제를 정한 후에는 어떤 책을 전시할 것인지 추천할 책을 선별한다. 주제와 관련된 책을 골라, 한 권씩 읽어가면서 최종 열 권 내외의 책을 골라 전시한다. 이때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 아이들이 골고루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년별 수준을 고려한다. 그림책과 줄글 책의 비율도 적절히 맞추고, 책의 난이도 또한 학년별 독서 수준을 생각하여 다양하게 선정한다.

예를 들어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같은 기념일이 있는 달이어서 주제를 ‘가족’으로 정해 북큐레이션을 진행했다. 디자인 플랫폼인 ‘미리캔버스’를 활용해 북큐레이션 주제를 안내해줄 메인 포스터도 제작하고, 추천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글을 담은 카드 뉴스도 만든다. 카드 뉴스를 만들어 함께 안내하면 짧게나마 책을 소개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게 해 책을 펼쳐보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카드 뉴스는 매월 발간하는 도서관 소식지에도 글을 실어 홍보했다. 카드 뉴스를 소식지에 담으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직원과 학부모들도 해당 월 북큐레이션에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된다. 북큐레이션 전시 공간은 제한되어 있어서 해당 주제에 관한 많은 책을 소개하기 어렵다. 전시하는 책뿐만 아니라 더 많은 책으로 확장되도록 해당 주제 관련 책을 안내하는 목록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도서누리 친구들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


‘도서누리 친구들이 추천하는 이달의 책’ 북큐레이션은 도서부 동아리인 ‘도서누리’ 학생들과 운영하고 있다. 도서부 친구들은 이용자가 많은 아침독서시간에 도서 대출 반납도 하고 서가 정리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홍보 활동도 한다.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북큐레이션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다.

책 추천과 전시는 도서누리 회원 중에서 매달 2~3명씩 돌아가며 맡고 있다. 그달 담당을 맡은 친구들은 한 달 동안 학교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을 한 권 뽑는다. 추천할 책을 정한 후에는 책에 대한 소개 글과 추천하는 이유를 적는다. 글을 쓰는 것이 부담되지 않도록 분량은 자유롭게 쓰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 나름의 진지하고 이유 있는 추천 글은 A4 POP 꽂이에 담아 잘 보이도록 세워두고, 추천 책에는 ‘도서누리 이 추천하는 월의 책’이라는 마크를 붙여 전시한다. 다른 북큐레이션에도 관심을 두지만 도서누리가 추천하는 책은 특히나 인기가 많다. 또래 친구들이 추천하는 책인데다, 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더욱더 반응이 좋다. 유명한 상을 받은 수상작처럼 추천 책 마크를 붙여주어, 도서누리 각자에게도 뿌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시간인 듯하다.


이달의 추천작가


‘이달의 추천작가’ 북큐레이션은 작가와의 만남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10월에는 『13일의 단톡방』의 방미진 작가와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들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접해보고 읽어볼 수 있도록 관련 책을 전시하였다. 우선 인터넷서점에서 작가가 쓴 책을 모아 목록을 만들고,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뽑아냈다. 학교도서관에 없는 책들은 추가로 구입하기도 하고 인근 공공도서관에서 대여해 활용하기도 했다.

작가에 대한 소개 글과 작가와의 만남에서 주제 도서가 될 『13일의 단톡방』에 대한 내용도 간단하게 담아 북큐레이션하는 목적과 취지를 안내했다. 책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책을 읽은 학생들 간의 생각 공유를 위해 간단한 프로그램도 마련하였다. 책을 읽은 후의 느낀 점이나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출한 작품들은 도서관 게시판에 붙여서 서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작가의 책을 충분히 읽고, 작품에 대한 소감을 적어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해보는 시간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에 대한 호응도도 높아지고 그 시간이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로 채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연계한 비정기적 북큐레이션도 있다. 환경을 주제로 한 독서 교실을 진행할 때는, 프로그램 운영 기간 동안 환경에 관한 책을 골라 북큐레이션했다. 독서교실에서 함께 읽고 수업을 진행한 주제 도서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오염 문제를 담은 책,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담은 책 등 여러 책을 모아 전시했다. 가능한 도서관을 이용하는 많은 아이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북큐레이션 책의 소개 글을 카드 뉴스로 제작하여 도서관 게시판에 걸어두었다.

폐기한 그림책들을 모아 ‘업사이클링 팝업북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팝업북 북큐레이션을 운영했다. 팝업북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도 되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도 했다.


본교에서 진행한 네 가지 테마의 북큐레이션 사례를 소개해보았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은 책등에 쓰인 제목만 보이는데, 북큐레이션을 통해 책표지가 보이도록 전시하였더니 저마다의 매력이 훨씬 더 돋보이게 되었다.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 책들은 한 권의 책에서 또 다른 책으로 관심을 이어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 「책을 읽는 기쁨」에는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느 한 구절로 내 삶의 태도가 예전과 달라질 수 있음을 늘 새롭게 기대하며 살자”라는 구절이 있다. 책을 통해 오늘보다 조금 성장하는 내가 될 수 있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가슴 벅찬 문장이다.

북큐레이션은 학생들의 삶에서 보석 같은 소중한 책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의미 있고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달에는 또 어떤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할지 열심히 책을 읽고 고르는 이유이다.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2/10/01/2022100109004014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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