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독서

독서와 연극의 즐거운 만남 ‘낭독극’

올해 6월, 수업이 끝난 초등학교 4학년 교실.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복도와 출입문에 붙어있고 아이들이 학부모 관객들을 안내한다. 부모님뿐 아니라 형제자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오셨다. 『한밤중 달빛 식당』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뽑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주제를 찾고 장면을 나눠 대본을 쓰고 배역과 스태프를 정하고 연습했다. 그리고 드디어 저녁 시간에 가족들을 초청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만드는 과정의 공유가 잘되어서인지 내용이 잘 전달되고 음향과 조명 등을 맡은 학생들도 척척 역할을 해낸다. 학생들에게 인생의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지도교사는 뿌듯한 표정이다.

아이들이 만든 이 작품을 우리 공연팀인 공연예술창작소 펴다에서 8월 말, 세 학교에 찾아가 낭독극으로 공연을 했다. 전교생이 본 작은 학교도 있고 두세 학년이 관람한 학교도 있다. 아이들의 관람 집중력이 대단했다. 우리 공연팀이 잘해서라기보다 학생들이 이 작품을 잘 읽고 감상 나누기까지 한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동화로 읽을 때보다 인물이 생생하고 이야기 전달이 잘되고 감동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소감을 말해주었다. 그 자리에서 대본을 보고 출연진과 인상적인 장면을 직접 해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낭독극하기
교직에 몸담고 40년 넘게 학생들과 연극을 했고 문학 수업을 하면서 시와 소설 50편을 낭독극으로 공연했다. 문학 시간에 단편소설로 모둠별 낭독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수업은 나뿐 아니라 학생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꼽는다. 문학 수업을 듣는 여섯 반 학생들이 모둠별로 단편소설이나 시를 선택해 각색을 하고 15분 내외의 낭독극으로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을 각색하여 공연하면서 짧은 시간에 원작의 내용과 깊은 울림을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이 놀라웠다. 4년 정도 계속된 활동으로 학생들이 쓴 대본과 연출 노트, 생각할 문제, 작품 줄거리 등을 담아 『연극, 소설을 만나다』를 펴냈고 많은 학교에서 수업 자료나 독서 자료로 활용되었다.
교사연극모임뿐 아니라 독서지도 교사, 국어 교사 등을 대상으로 낭독극 제작과 공연까지 연수를 하자 연극을 부담스러워 하던 많은 분들이 수업 시간이나 학교 행사에 낭독극을 했다. 이런 과정과 결과물들을 모아 『학교에서 낭독극하기』를 펴냈다. 낭독극의 개념과 형태, 구성, 제작 과정, 공연, 필요한 놀이와 즉흥, 초중등별 수업 사례와 지도안 등을 담았다. ‘문학 작품으로 만든 낭독극 대본’ 부분에 시와 소설, 동화, 청소년 소설, 시와 소설의 연계 등으로 낭독극 대본 만들기 방법과 과정을 소개하고 대본을 수록하였다. 초중등 수업 시간, 학교 공연,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연계한 활동에 구체적 도움이 될 것이다.

왜 연극보다 낭독극?
낭독극은 ‘대본을 보면서 연극적 요소를 보태어 낭독하는 공연 형태’이다. 낭독이 중심이 되는 리더스 시어터(Reader’s Theater)와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스테이지 리딩 시어터(Staged Reading Theatre) 형태가 있는데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들이 좀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낭독극(Staged Reading Theatre)을 중심으로 했다. 읽는 것도 이야기의 맥락과 감정 등을 해석하고, 듣는 이가 자신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목소리와 표정, 동작에 반영함으로 ‘읽는 사람 - 배우, 듣는 사람 - 관객’으로 생각하면 낭독은 연극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다.
공연도 교실이나 강당, 시청각실 등에서 할 수 있게 무대와 조명을 단순화한다. 음향, 코러스의 역할이 중요하고 간단한 소품이나 상징물로 인물을 나타낼 수 있다. 즉 연극을 제작 공연하는 것보다 쉽게, 누구나, 어디서나 가능한 장점이 있다. 낭독극을 통해 문학작품이나 이야기를 형상화하기, 연극적 상상력의 발견과 표현, 연극 요소의 경험, 음악과 도구의 적절한 활용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즐겁게 문해력 향상하기
낭독극은 글의 내용 ‘들려주기’와 절제되고 창의적인 ‘보여주기’를 결합한, 대본 낭독과 연극적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만나는 공연 형식이다. 대본을 외우지 않아도 되고 무대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어 일반적인 연극 공연이 갖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원작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고 극적 효과를 통해 관객의 호응도 끌어낼 수 있어 또 다른 감동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문학작품의 생생한 표현과 다양한 인물을 온전하게 표현함으로써 깊은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간단한 연수나 설명 후 직접 해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눈으로 읽던 작품들이 소리와 몸짓을 통해 생명력을 더하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이 확산되면서 충청남도교육청의 융합독서인문교육에도 낭독극이 올해 주요사업으로 책정되고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융합 독서 낭독극
국어과를 예시로 융합 독서 낭독극 과정을 소개하면 낭독극의 과정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망라한다. 작품읽기-읽기, 대본 만들기-쓰기, 연출과 연습-말하기·듣기, 낭독극 공연-말하기·듣기 영역과 맞닿아 있다. 충남교육청 독서인문 주요 사업계획에서 낭독극의 특징으로 “학생 중심 모둠(협동) 활동. 시공간 제약 적음, 학급 운영, 생활지도, 상담 활동에 적용, 대본 암기·연기 부담 적음, 온작품·온책읽기·한 학기 한 권 읽기 적용, 평가 후 취약 시기 교과·비교과 활동 적용”을 명기하고 있다.
교과서에도 낭독극이 다루어지는 상황에서 독서·인문·융합 교육이 하나로 추진·지원되면서 충남의 경우 50여 팀이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 연계 수업과 적용하기, 그리고 독서·인문·예술·융합 교육으로서 낭독극 공연하기 등이 진행된다. 찾아가는 낭독극 공연과 연수가 작년과 올해 25회 정도 진행되었다. 금년 11월에는 낭독극한마당에 14팀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될 예정이며 활동과 수업사례나눔마당도 추진 중이다.

지역 독서동아리의 높은 호응
정년 퇴임 후 낭독극을 주로 하는 공연예술창작소 펴다를 만들어 매주 좋은 작품을 읽고 그것을 낭독극으로 만들어 공연하고 있다. 두 번의 정기 공연과 25번 정도의 초청 공연을 했다. 창단 3년 만에 7편의 작품을 만들어 관객이 요청하는 공연을 한다. 초청 공연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낭독극 공연뿐 아니라 낭독극을 소개하는 연수를 대부분 겸했다.
낭독극으로 이정록 원작 「아들과 아버지」, 이만교 원작 「이야기의 이야기의 이야기」, 장진 시나리오 「소나기는 그쳤나요」, 러셀 에릭슨 원작 「화요일의 두꺼비」, 시낭독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 등 어린이부터 청소년, 어른들까지 다양한 관객을 만났다.
독서동아리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독서동아리와 연수를 하고 작년에 이어 지역 주민들의 낭독극한마당을 연다. 올해는 8회에 걸친 낭독극 만들기 연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두 번째 낭독극한마당에는 작년보다 많은 팀이 참가하여 작은 축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독서동아리의 경우 독서토론이나 감상문 쓰기 활동의 경험이 축적되어 낭독극 대본 작업이나 공연을 하면 훨씬 역동적으로 참여하는데 낭독극이 갖는 공동 작업의 즐거움, 공연이 주는 감동의 공유 등이 있어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문화예술 활동으로의 낭독극
낭독극은 누구나 즐겁게 할 수 있고 통합 독서교육이나 수업뿐 아니라 일상 활동으로도 좋은 문화예술 활동이다. 학생을 비롯해 노인들까지 인문학적 감수성은 물론 예술 활동이 주는 감동을 느끼고 나눌 수 있다. 노년기를 맞은 나에게 낭독극을 통한 만남과 활동은 활력과 성찰과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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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3/10/01/2023100109004414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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