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종이책 너머 이야기의 모양들] 다양한 물성의 책을 탐험하는 시간

종이책 너머 이야기의 모양들

다양한 물성의 책을 탐험하는 시간


여러 모양의 책을 활용한 수업의 방법

디지털 기기와 가상현실에 익숙한 학생들은 종이책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학생들이 탄성을 자아내고, 그 책을 빌리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도서관을 찾게 하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디지털 매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다양한 책을 톺아본다. 그리고 다양한 물성의 책을 활용하여 꾸린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여러 가지 모양의 책 읽기' 수업 방법

학교도서관활용수업은 도서관의 물리적 환경과 사서교사의 교육·정보 서비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 기반 학습(Resources-based Learning)이다. 초등 교육과정의 여러 교과와 단원에서도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학생의 참여가 활발한 주제를 고르라면 ‘여러 가지 모양의 책 읽기’ 수업을 꼽을 수 있다.

수업 기획·준비하기
올해 학교 이동 후 도서관을 정리하다 대출·반납대 안쪽에서 여러 권의 팝업북(입체책)과 빅북(big book)을 발견했다. 별치 서가를 구입해 대출·반납대 앞쪽에 표지가 보이도록 책을 전시했다. 큰 판형과 화려한 속지는 학생뿐 아니라 도서관을 찾는 교사의 관심도 사로잡았다. 자연스럽게 1학년 부장 선생님께 국어교과 협력수업을 제안할 수 있었다. 초등 1학년 2학기 국어 1단원(「소중한 책을 소개해요」) 7∼8차시는 여러 가지 모양의 책을 찾아 읽고 책의 모양과 내용, 재미있게 표현한 점 등을 찾아 말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모양의 책이란 팝업북, 페이퍼 커팅북과 같은 입체 그림책이나 흥미로운 모양의 책, 글이 없는 그림책, 새로운 표현 기법으로 만든 그림책 등을 의미한다.1) 교과서에 소개된 병풍책(아코디언북), 팝업북, 그림자책, 방수책 외에도 학교도서관에는 다양한 모양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새로운 책을 찾아 수시로 구입하고, 서가를 탐색하며 책을 모았다.

1) 교육부(2019), 1~2학년군 초등학교 국어 1-2 교사용 지도서, ㈜미래엔, p.94 
수업 실행하기
여러 모양의 책을 소개할 때 아이들이 친숙하게 여길 만한 책부터 소개했고, 약 10분 동안 책의 종류와 특징, 책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안내했다. 모둠 책상에 미리 준비해 놓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학생들이 자유롭게 살펴보게 했다. 빅북은 원본 그림책과 함께 제공했고, 전자책과 AR(증강현실)책은 태블릿PC를 들고 모둠을 돌며 차례대로 보여 줬다. 학생들은 그림자책으로 연극 놀이를 하거나 포티큘러북(Photicular book), 렌티큘러(lenticular) 렌즈를 사용해 보는 각도에 따라 도안이 변화하거나 입체감을 표현하는 페이지를 위아래로 빠르게 넘기며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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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나누기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도서관에 방문할 다른 반 친구들을 위해 책을 정리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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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물성의 책이 주는 교육적 효과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 작품이다. 예술과 문학, 비문학의 결합은 아이들에게 지식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 준다. 클라라 코르망의 『놀라운 곤충의비밀』은 어린이 곤충 애호가들의 눈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 책은 곤충의 날개를 플랩으로 표현하여 마치 책 위에 곤충이 앉아 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2차원의 책이 입체성을 갖는 순간 학생들의 심미성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여러 가지 모양의 책은 특수 제작한 경우가 많아 대개 비싸다. 분실이나 훼손으로 인해 변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비싼 책을 왜 들였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대출 불가인 경우가 많다. 대출·반납대 앞에 별치 서가를 처음 놓았을 때 책을 좋아하는 교장선생님께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들은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도록 빌려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렇게 학생들의 손에 들려 교실로 간 책은 평소 책과 도서관에 관심 없던 학생들에게 놀잇거리가 되었고, 아이들을 도서관 이용자로 만들었다. 낯선 모양의 책은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평소 관심 있던 영역에 대한 흥미도 불러일으켰다. 페이퍼 커팅 기법으로 화석 발굴의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책 『살아 있는 화석』(막스 뒤코스)을 읽던 학생은 자기도 이런 일을 해 보고 싶다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떼지 않았고, 포티큘러북의 원리가 궁금했던 학생들은 렌즈의 올록볼록한 부분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태블릿PC로 앱을 실행 후 『움직이는 태양계』(미국 자연사 박물관 엮음)를 비춰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모습을 3D로 관찰하던 학생은 각각의 행성이 공전하는 속도가 궁금했다며 한참을 들여다봤다.
학교도서관의 자료는 전교생이 함께 이용하는 만큼 최대한 훼손되지 않도록 이용교육을 해야 한다. 펼친 병풍책을 다시 접을 땐 접힌 방향대로 접고, 포티큘러북은 렌즈 부분이 깨지면 활용할 수 없기에 도서 반납함이 아닌 대출·반납대에 반납하는 게 좋다. 3색 컬러 렌즈로 그림을 비추면 색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카르노브스키(Carnovsky) 작가의 아트북은 렌즈도 꼭 함께 반납한다. 협력수업을 하지 않고, 자료만 지원할 경우 책의 특징과 주의사항 안내문을 함께 제공해 학생들이 자료를 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여러 모양의 책은 교사에게 창의적인 수업자료가 되기도 한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을 이야기로 바꿔 쓰거나 이미지로 맥락을 추론하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쩌저적』(이서우), 『흰둥이』(저우젠신)와 같이 기승전결이 분명한 그림책은 학생들과 뒷이야기를 상상하기 좋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제공하는 AR책은 동물과 식물, 우주, 인체, 안전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관련 수업에서 동기유발 자료로 활용하거나 스마트 기기를 처음 조작하는 학생들에게 증강현실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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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션·독서프로그램 연계하기

펼쳐만 놓아도 전시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화려한 팝업북은 눈에 잘 띄도록 사전대 위에 두었고, 학생들이 많이 찾는 그림자책은 펼쳐서 무대를 만든 후 모둠 책상 위에 세워 놓았다. 에런 베커의 빛 아트북 『모두가 빛나요』는 창가에 전시해 햇빛에 비춰 볼 수 있도록 했다. 별치 서가를 구성해 상시 전시하는 것 외에도 책의 특징을 살려 도서관 곳곳에 비치하자 학생들은 조금씩 관심을 보였다. 1학년 수업을 마치고 2주 후 시작된 독서교육주간에는 더 많은 학생이 여러 모양의 책을 볼 수 있도록 도서관 속 작은 전시회를 진행했다. 중·고학년 학생들도 아트북과 포티큘러북, 팝업북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림자책은 서로 읽으려고 줄을 서기도 했다. AR책은 독서교육주간이 끝난 이후에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태블릿PC를 도서관에 계속 준비해 두었다. 망설임 없이 몇 번의 클릭으로 AR책을 능숙하게 조작·이용하는 걸 보며 학생들에게는 책의 색다른 물성을 그리 낯설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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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건 데일리는 저서 『독자 기르는 법』에서 아이들이 독서 경험을 스스로 통제할 기회를 기술이 제공한다고 말한다. 자막, 이미지, 소리 등을 조작하며 여러 종류의 텍스트를 통해 ‘놀이’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책의 생김새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거나 화면을 조작하고, 귀로 듣고, 코로 향기를 맡는 등 책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학생들은 ‘놀이 독서’의 맛을 알아간다. 다채로운 모양과 특징을 가진 책을 통해 학생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이 공존하는 도서관을 체험하고, 디지털 읽기로의 첫걸음을 안전하게 내디딘다. 다양한 물성의 책을 안전하고 공평하게 제공하며 교육과정 지원과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물성의 책과 함께, 학교도서관도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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