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2019.03.12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공간

양정작은도서관


아이들에게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문화공간이 있다. 바로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다. 울산에 위치한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는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어른들에게는 사랑방이 되어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달팽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봉사자로 이루어질만큼 주민들의 달팽이 사랑은 나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 문화공간을 위해 힘쓰고 있는 하현숙 관장님의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마들의 모임을 시작으로

도서관의 시초는 1996년 만들어진 좋은책읽는 엄마모임-아름다운 출발이다. 몇 명의 엄마들이 모여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회원들이 모두 엄마이다 보니 자연스레 육아에 관한 책이 많이 읽었다. 자연스레 우리 아이는 시험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지 말고 우리 손으로 키우자는 의견이 나왔고, 1998놀이와 체험을 통해 배우는 -신나는 자람터(놀이, 요리, 만들기, 글쓰기, 수학놀이)’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이 모임은 2000IMF를 맞은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위한 방과후교실-희망배움터로 바뀌었다.

이즈음 회원들의 아이들은 모두 취학했다. 2002년 준비모임을 거쳐 2003아름다운 공동체-울산교육문화생협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떠나는 독서여행꾸러기 방과후교실(놀이산책, 요리, 만들기, 글쓰기 등)을 운영했다. 특히 방학 한 달동안 한가지 주제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방학교실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교육문화생협은 2010년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되었고, 그때 까지 모인 책을 들고 2010년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를 만들었다.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서관

도서관은 책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이 있는 곳이다. 운영하는 사람의 철학에 따라 도서관은 모든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 도서관은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서관이 모토이다.



달팽이의 마스코트

2017105일 추석이 지난 뒤 반납함 옆에 아기고양이가 쓰러져 있었다. 도서관 문 앞에 입양하실 분을 찾는 안내문을 붙였다.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 살게 되었다. 미국의 도서관고양이 듀이란 책의 고양이처럼 반납함에서 구조돼 듀이라고 이름 지었다. 20186월 도서관 2층에 있는 학원을 다니는 여중생들이 길에서 죽어가는 아기고양이를 보고 도서관에 데리고 가면 살릴 수 있을 거야라고 데리고 와서 두고 가버렸다. 이 녀석은 태어 난지 한 달 인데도 온몸이 종합병원이었다. 치료비만 100만원 가까이 들었다. 또 다시 키워주실 분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키웠다. 이름은 봉석이다. 한국도서관을 지켜내신 분의 이름을 차용했다. 그래서 동서양 도서관 거장의 이름을 가진 두 마리 고양이가 우리 도서관에 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크게 내색은 못하지만 도서관에 발길을 끊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주 고양이를 보러 온다. 멀리서도 도서관에 고양이가 있다는 이야길 들은 사람들은 도서관을 찾는다. 99.9%의 도서관이 동물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한 곳 정도는 동물과 교감하는 도서관이 있어도 되지 않을까?

달팽이는 이렇게 걸어가고 있다

운영 예산은 매년 북구청에서 일정액을 지원 받고 있다. 도서관의 운영자들은 관장을 비롯한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들이 있는데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도서관 공간은 관장의 지인 건물이다. 월세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꾸려왔지만 지금은 그러기도 쉽지 않다. 구청에서 도서관 뒤편에 위치한 경로당 부지를 매입해 문화시설을 짓겠다는 정보가 있어서 동장과 구청에 건의를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발품을 더 팔아서 구청에서 짓는 문화시설 1층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이다.

장서는 지역주민들이 신청하는 책과 잘 찾지는 않지만 함께 보면 좋겠다고 판단되는 책 중심으로 선정한다. 도서선정위원이 책 문화 운동을 꾸준히 해 오신 분이라 읽어볼만한 책이 많은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건비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 책만 있으면 되는 줄 아는데 도서관에는 그 무엇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있어서 책을 권하고 책을 이야기하며 책을 통한 문화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 책은 지원해도 인건비 지원이 없어서 안정적인 인력을 구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17~2018년 까지 ‘TV보다 잼나는 도서관을 운영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을 선정해 빛 그림을 만들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를 함께 배우고 부르는 시간이었다. 빛그림책을 만드는 과정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모두 지역 아이들의 엄마가 했다. 노래배우기는 15년 동안 노래하는 아이들 -뚜버기를 이끌어 오신 꺼벙이대장이 맡아서 해주었다.


지금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한국예술위원회의 도서관상주작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작가 한영채시인과 힐링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매주 1회 진행되는 세 꼭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고전읽기 -함께 읽는 열하일기(박지원지음/김병조 옮김/ 돌베개)

다섯 명이 마주 앉아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연암박지원이 조선 최고의 명문장가라는데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재미있게 읽는다. 위트 있는 문장을 만나면 회원들은 까르르 웃으며 감탄을 한다. 책을 더 이해하기 위해 조선후기 사상의 흐름과 연암 박지원이라는 주제로 송철호교수를 모셔와 특강도 진행했는데, 이 강의를 통해 열하일기의 배경을 더 잘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당신의 글 캘리그라피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201812월부터 531일 매주 1회 진행한다.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결속력이 높아 매주 맛있는 것도 넘쳐나고 이야기꽃도 만개한다. 1시간 30분 강의인데 보통 3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도서관에 남아 더 이야기 나누고 책보며 돌아간다.

시인과의 수다-시창작교실

한국 명시 100선을 주제로 시를 읽고 시와 관련된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1회 진행되고 있다.



관장님이 말하는 달팽이 도서관의 미래

책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도서관, 책읽기모임이 일상이 되는 도서관,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도서관을 꿈꾸고 있다. 그렇게 되기 꼭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편안하게 위안 받고 자기를 실현할 힘을 키우는 곳이 도서관이 되었으면 한다.

작은도서관도 도서관이다.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도서관에 대해 계속적인 공부를 하고 비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힘들다. 연대가 꼭 필요하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더 나은 도서관의 모습을 그려나가야 한다. 주위의 작은 도서관과 교류하고 공공도서관과도 교류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 주소 : 울산광역시 북구 염포로 521-1

유형 :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시간 : 월~금 13:00 ~ 17 :00

매월 두번째 토요일 10:00 ~ 13:00

휴관일 : 매주 일요일, 법정 공휴일,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참고홈페이지 : http://cafe.daum.net/little-snail




사진 제공 : 양정작은도서관 달팽이

인터뷰 : 하현숙 양적작은도서관 관장

정리 : (사)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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