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배고픈 사자 작은도서관

2020.10.30

지역 공동체가 만든 돌봄 공간

배고픈 사자 작은도서관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을 소개하기에 앞서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하겠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사회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습니다.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지만 그중 하나가 도서관입니다. 전쟁 중에도 운영을 중단하지 않았던 도서관마저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합니다. 그나마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기 위해서 의자 하나만큼의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하며 마스크 착용도 필수입니다. 코로나19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합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도서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방역 수칙의 철저한 준수로 신체적 안전을 지킨다면 도서관을 활용한 창의적 기획과 프로그램으로 정서적 치유와 안정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후원으로 운영하는 생활문화 거점 도서관
배고픈사자는 서울 구로구 오류남초등학교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2018년 5월 30일 개관했으니 올해로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공간에서 간식카페도 운영했습니다. 학교 앞에는 편의점이 하나 있고 컵라면으로 간식을 대신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간식을 직접 만들어주자며 간식카페를 운영했지요. 그런데 매출 이익이 남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서 값싼 가격에 판매했으니까요. 그래서 현재는 작은도서관만 운영 중입니다.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은 사립 작은도서관입니다. 임대료와 운영비 일체를 관에서 지원받지 않습니다. 소모임을 하는 회원들과 정작 본인은 도서관에 오지 않지만 운영 취지에 공감한 분들의 십시일반 정기적인 후원 덕분에 근근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임 자체가 어렵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드게임, 독서토론, 공감과 치유의 타로, 책놀이, 우쿨렐레 소모임이 있었습니다. 구성원은 대다수가 학부모이며 모임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작은도서관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소개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지역사회의 생활문화 거점 공간으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방과 후 온종일 돌봄센터
현재는 방과 후 온종일 돌봄센터로 지정되어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 공간으로 운영합니다. 아이들이 집에 혼자 남겨져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쉽습니다.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학교 돌봄교실이 있다고 하지만 거리가 멀거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방과 후에도 학교에 계속 남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이용을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꼭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오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방과 후 온종일 돌봄센터로 두 분의 선생님이 상주합니다. 간식도 먹고 책을 읽기도 하며 때로는 놀이나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방과 후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은도서관에서 돌봄을 하다 보니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어려운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소란스럽기도 하고 돌봄센터에서 요구하는 행정적 일 처리도 많습니다. 그래서 독서활동을 통한 돌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하루 종일 있기보다는 틈새 시간에 머물 때가 많습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책을 매개로 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도록 안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국공립도서관이 수험생을 위한 독서실에서 탈피해 다양한 문화와 교육, 인문 프로그램의 기획과 제공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구립도서관이 걸어서 찾아가기 멀지 않는 곳에 만들어지고 나름의 특색과 주제를 가지면서 운영됩니다. 구로구는 상호대차 서비스로 구립도서관 사이의 연계로 원하는 책을 바로 가까이에서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은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됩니다.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은 현재 방과 후 온종일 돌봄센터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첫발을 떼고 이제 갓 삼 년이 되었는데 무거운 질문 앞에 서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이용자가 제한되고 모임이 어려워지다 보니 후원자도 줄고 있습니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어려움만큼이나 사립 작은도서관도 심각한 운영난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후원하겠다는 응원과 격려 덕분에 어렵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습니다.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을 비롯해서 코로나19의 팬데믹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작은도서관을 응원합니다. 다시 찾아올 일상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 배고픈사자 작은도서관

유형립 작은도서관
운영 평일 13:00 ~ 18:00, 주말 휴관
주소 서울특별시 구로구 오류로 54-3, (오류동) 3층


/출처 : 행복한 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0/10/01/2020100109390014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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