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내지혜의숲

2020.10.30

지역 공동체의 소통 중심지
한내지혜의숲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내근린공원 내에 색다른 숲이 생겼다. 작은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북카페 등으로 활용되는 복합문화공간인 '한내지혜의숲'이다. 독특하면서 활용도가 높게 설계된 한내지혜의숲은 지역 분위기를 활기차게 변화시켰다. 어린이, 학부모, 노인 등 전 세대가 이곳에 모여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서울시 건축상 대상 등 각종 건축상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내지혜의숲을 찾았다.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하다

중랑천 옆,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은빛 단층 건물이 빼꼼히 보인다. 뾰족뾰족 솟아오른 지붕이 마치 산들이 겹쳐 있는 형상이다. 좀 더 다가가면 건물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공원 방향의 건물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채광이 좋은 것은 물론, 바깥의 자연을 내부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주변 환경과 건물의 조화가 뛰어나다.

이처럼 심미성이 도드라지는 한내지혜의숲이 생기기 전, 한내근린공원은 그다지 주민들에게 주목받는 곳이 아니었다. 낡은 분수대가 흉물스럽게 놓여 있어, 중랑천으로 운동하러 갈 때 잠시 스쳐 가던 곳 정도로 인식되었다.

한내지혜의숲이 생기가 공원의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개관 몇 달 만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방문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다. 이유는 한내지혜의숲이 주민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만들어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2012년부터 다양한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내지혜의숲 설립은 마을 공동체 활동 거점 공간 마련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간 월계동에는 이렇다 할 도서관이나 문화센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한내지혜의숲은 도서관으로서만 그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민 의견을 수렵해보니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2개의 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공간이기에, 위치적으로도 적합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받들어 노원구는 한내지혜의숲을 지역아동센터이자 누구나 독서, 문화,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게 되었다. 건물은 지상 1층 연명적 359.37㎡(약 108평)이며, 공간 구성이 잘 되어있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내부로부터 지은 건물

한내 지혜의 숲은 2017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거리마당상, 올해의건축 best7을 휩쓸며 전국 대표 공공 건축으로 자리 잡았다. 설계는 건축사무소 운생동의 공동 대표인 장운규, 신창훈 건축가가 했다. 운생동은 복합문화공간 '크랑', 갤러리 '예화랑', 상업빌딩 '옐로다이아몬드' 등 독창적인 건축설계로 유명하다. 그들의 지난 프로젝트에 비교해 한내지혜의숲은 소박하게 설계되었다. 도시 재상이 목적인 만큼 겉치레를 버리고, 공간 활용도에 중점을 두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면과 천장을 가득 채운 나무 책장이 눈에 들어온다. 바닥재도 원목으로 깔려 있어 친환경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내부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눠진다. 자연을 벗 삼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북카페', 방과 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학습 지원실'. 특이하게도 각 공간은 문이 없어 단절되지 않고 미로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열린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장운규 건축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건물은 내부로부터 지었다"고 밝혔다. 내부를 둘러싼 책장을 먼저 구상하고, 이 책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건물 형태로 연결한 것이라고. 이용자, 특히 아이들이 여러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고려한 디자인이다.

기본적으로 아동이 중심이 되는 공간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민다거나 캐릭터 그림을 그려 넣는 경우가 많은데, 한내지혜의숲은 그런 틀을 깨고 단순하면서 편하게 설계되었다. 내부에 있다 지루해지면 바로 공원으로 나가 외부 활동도 가능하다. 그는 "이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른 사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방문 당시에 보니 많은 아이가 통유리 창 앞에 설치된 나무 계단, 공간과 공간의 틈 사이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주로 학부모들이 머무는 북카페와 여러 연령대의 이용자가 모여 있는 독서 공간에도 편하게 돌아다니며 전 세대와 소통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공공 건축의 순기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자치가 실현되는 공간

운생동이 도시 재생이 가능한 멋진 건축물을 기획·제공했다면, 월계동 주민들은 직접 운영을 맡으며 한내 지혜의 수의 정체성을 완성했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와 70명의 자원봉사자가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다.

상근자들은 지역아동센터 중심으로 지역커뮤니티 사업을 지원, 협력하고 자원봉사자들은 날짜별로 돌아가며 북카페 운영, 아동 학습 지원, 문고 정리 등을 담당한다.

김혜숙 센터장은 "주민들 사이에서 한내지혜의숲은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남의 공간이 아닌,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우리 공동체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개관하고 나서 상도 많이 받고, 매스컴도 자주 타면서 이런 복합문화센터가 우리 지역에 있다는 데에 주민들이 자부심을 품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내지혜의숲은 지역아동센터로서 중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어, 미술, 경제, 음악 등 다양한 과목의 학습을 지원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매일 운영되고, 특별 프로그램으로 '북적북적 그림책 놀이터' 등의 독서프로그램, 전문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체험 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자연스레 북카페에 모이며 시작되었다. 학부모를 포함,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사업이 기획되고, 바자회, 체육대회 등 각종 지역 행사가 한내 지혜의 숲에서 열렸다. 현재 커뮤니티 사업으로 뜨개질, 네일 아트, 비즈공예 같은 생산성 있는 강좌가 운영된다.

1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한 독서공간은 전 세대가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혜숙 센터장은 "독서공간이 안락하고 환해서 어르신들도 많이 찾는다"며 "개관하고 매일 찾아오시는 어르신도 계신다"고 전했다. 최근엔 매스컴에 난 기사를 보고 여러 지역에서 이용자가 방문한다. 공간 내 책은 노원구 통합대출도서카드가 있다면 대출도 가능하다. 벽면 책장에 3만 5,000여 권 정도 소장이 가능해 꾸준히 보유 도서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한내지혜의숲은 짧은 기간 냉에 지역 공동체의 보름자리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연말을 맞아서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행사', '자원봉사자들의 밤' 등을 기획하고 있다.

한내지혜의숲은 앞으로도 이용자의 애로 사항을 귀담아들으며 운영을 더욱 탄탄히 하고, 프로그램을 확장하고자 한다. 지역 내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교육 강좌, 지역 아동 합창단, 가족 단위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생각 중이다. 나아가 다른 지역 공동체와 연계한 사업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해나갈 한내지혜의숲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 글·사진 주학님

국립중앙도서관 발간자료 '오늘의 도서관' vol.258 (2017년 12월호)
http://www.nl.go.kr/nl/commu/public/todaylib.jsp?pubGubu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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