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세계의독서교육]미국의 힘은 도서관에서 나온다

[세계의독서교육]

미국의 힘은 도서관에서 나온다


미국의 의회도서관은 인류가 이룬 모든 업적과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활자화된 책으로 보관되어있는 곳이다. 그래서 어느 날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미국 의회도서관만 남아있으면 언제든 즉시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마을의 도서관이었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은 곳곳에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이런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독서 프로그램들은 거론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려면 제대로 된 도서관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말하는 미국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증명하는 듯하다. 필자도 1993년 무렵에 LA 교외의 한 마을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마을 수영장과 마을 도서관이 있었다. 특히 도서관 시설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총질이나 하고 마약과 섹스에 빠져있는 나라인 줄만 알았다가 마을 도서관의 시설과 규모를 보고서 미국의 저력이 이런 곳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과연 빌 게이츠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공공도서관과 운영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책 30권, 비디오테이프 10개를 최대 6주 동안 대출할 수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하루 평균 이용자가 5만여 명이고 장서는 수천만 권에 이른다. 80여 개의 지역 도서관과 연계되어 원하는 책을 80여 개의 도서관 어디서나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다. 소장하지 않은 자료는 의회도서관에서 빌려와 이용자에게 전달해준다. 도서관은 문화의 중심, 정보의 중심으로 인식하고 도서관이 학교 및 지역의 독서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그만큼 도서관도 많고 인력도 많으며 체제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독서교육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독서교육도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역 도서관에서는 독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과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학교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도서 정보를 제공한다. 학교도서관의 경우 초등 과정에서는 1~2학년을 담당하는 사서교사와 3~5학년을 담당하는 사서교사가 따로 있다(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비율은 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저학년과 고학년의 사서교사를 따로 두는 건 저학년은 책과 가까이하는 습관을 기르는 시기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과 함께 정보 활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고등 과정에서는 사서교사와 함께 정보교사를 둔다. 1~2학년은 매주 1회 도서관에서 사서교사를 만난다. 이 시간에 사서교사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읽어준다.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고 질문하게 하면서 책과 친해지게 유도한다. 이렇게 2년 동안 매주 1시간씩 꾸준히 책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의 재미에 빠진다.


책읽기를 강조하는 학교교육
미국 초등교육의 특징은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다. 이처럼 책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독서 능력에 따라 현저한 성적의 차이가 나며, 고학년에 들어와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대부분 독서 능력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는 한 과목당 지정 교재 2~3권 외에 30여 권의 참고 서적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독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아예 대학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교육의 핵심은 책을 제대로 읽히는 교육이며, 가장 좋은 교육 방법도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독서 지도를 하는 것이다.

적합한 책을, 적합한 학생에게, 적합한 시기에
유럽의 독서교육이 즐거운 독서 경험이라는 교육철학적 측면을 강조한다면, 미국의 독서교육은 효과적인 독서 방법을 중시하는 교육공학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가장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은 그냥 아무 책이나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독서 능력에 맞추어 “적합한 책을, 적합한 학생에게, 적합한 시기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40년간의 독서 관련 연구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독서 능력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도서의 난이도를 분석할 수 있는 도서 분석기를 개발해 학생의 독서 능력과 도서 난이도를 맞추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통상적인 연령별, 학년별로 이루어지는 수준별 독서는 학생 개개인의 개인차를 반영하지 못하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령, 학년과 상관없이 학생 개개인의 독서 능력에 맞는 개인별 맞춤 독서를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독서를 촉진하기 위한 독서 인센티브제의 하나로 책마다 독서 점수를 부여해 책을 읽은 후 독서 확인 평가를 통해 독서 점수를 쌓아가면서 독서 이력을 관리해주는 현장 독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학교 현장에서는 누적 독서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음 단계로 올려주고 선물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별 맞춤 독서는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독서에 대한 의욕을 지속적으로 증진시킴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한다.


정보의 중심,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독서 능력이 학생의 학습 능력 및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학력이 높을수록 독서 능력이 높으며, 독서 능력이 높을수록 좋은 직장에 근무하고 연봉 수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화로 인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독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초강대국 미국을 떠받치는 힘은 첨단 무기와 군사력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정보와 지식을 저장하는 도서관과 책, 그리고 그 책에 활자로 기록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독서의 힘이다. 그래서 미국은 정보와 지식의 원천인 도서관과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학생들의 독서 능력 향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출처 : 안한상_『독서가 국가 경쟁력이다』 저자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9/06/01/201906010938001498.html

댓글 0건
작은도서관 회원 및 SNS계정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자 / 140자